소회 유니

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여유로운 학기, 좋은 것 같다. 
이제 와 돌이켜 보니 그간 뭘 그렇게 힘들게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 
그래도 그 힘듦으로 인해서 얻은 게 영 없지는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. 

아무튼 간에 뭔가 인생의 한 단계가 마무리되는 기분인데 좀 신기하다. 
그동안 딱히 뭔가 넘어간다는 느낌,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했는데 
내가 나를 좀 놓아주기 시작하니까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비로소 보인다. 

참 지랄스러웠던 시절이 끝나가는구나. 




배리

누군가의 약한 모습을 보는 건 괴롭다. 
사랑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. 
이렇게 감정에 빠진 적 잘 없었는데, 특히 그게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것일 때는 더더욱. 
요즘 들어 마음이 약해진 걸까, 아니면 나도 좀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 가는 걸까. 

항상 그런 애들을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.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하는 것 같은 애들. 
어떻게 저렇게 착할 수가 있지, 어떻게 저렇게 진심으로 타인을 위할 수 있지? 설령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. 
사랑하는 감정 같은 것도, 욕구 이상의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고 
누군가를 마음을 다해서 위한다는 건 나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 
그렇게 생각했던 동안 나는 내 안에 나만 있었던 걸까 

모르겠다 



유니

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미래에 어떻게 될지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졌다. 
나에 대해서,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. 그냥저냥 살고 싶다. 
과부하가 걸렸나봐. 

졸업하면 1년 간은 놀 거라던 친구 말이 생각난다. 
난 그렇게는 못하겠지만, 아무튼 간에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아졌다. 

유니

조금 으쓱하면서도 찔리고, 약간 미안해진다. 
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멋진 사람이 아닌데. 

[뮤지컬]프랑켄슈타인 배리

160217 오후3시 공연 
빅터 박건형, 앙리 최우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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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의 할인권으로 보러 간 뮤지컬. 대극장에다가 꽤나 인기가 있어서 다시 하는 거라기에 좀 기대했었다. 
프랑켄슈타인 원작은 중학교 때 영어학원에서 수업용 자료로 읽었는데, 보통 겁나게 읽기 싫어서 끝의 끝까지 미루는 다른 자료들과 다르게 집에서 혼자 다 읽었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. 
그냥 서양권 괴물인 줄 알았던 프랑켄슈타인의 유래가 이거였구나, 사실은 의미를 담고 있는 거구나 싶어 나름 감명 깊었었다. 

그래서 기대했는데! 인기도 많다며! 
근데 아무래도 나는 이 뮤지컬은 불호에 가깝다. 

일단 공연을 올려야 하고 극적인 요소를 추가해야 하니 원작에 손을 댄 건 이해하지만 
괴물을 소울메이트 급인 친구의 머리로 만들었다는 설정이 많은 걸 엇나가게 한 것 같다. 
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피조물에 약간의 결함(좀 흉측했다는)이 있어 피조물을 버렸고, 그 이후 그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면서 창조주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는, 이게 원작의 토대인데 
각색 과정에서 피조물이 앙리의 머리로 만든 것이 되어버리면서, 적어도 빅터는 흉측하다는 이유로 피조물을 버릴 순 없게 되어버렸다. 그래서 피조물이 착한 집사아저씨;ㅅ;를 물어 죽이게 만든 것 같은데 
그래서 그 다음부터 괴물이 인간들에게 항의하고 빅터에게 항의해도 딱히 와닿지가 않았다. 
너님이 먼저 공격성향을 보였잖아요 ㅇㅅㅇ 이런 느낌.. 

괴물은 사실은 착했습니다~를 설명하기 위해 넣은 것 같은 격투장? 씬도 좀 읭스러웠다. 중간에 격투장 주인 부부가 괴물이 사람을 죽이질 않는다고 불평하는 그런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앞에서 공격성향 보였던 것 때문에 뜬금포이기도 했고. 
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뒷골목 얘기들 좀 지겹다. 창녀 얘기는 더더욱 지겹다. 그거 없었으면 극이 진행 안 됐을 것도 아닌데. 
덧붙이자면 아역들 나와서 '빅터 너는 나쁜 아이가 아닌뎅!' '나중에 결혼하쟝!' 이러는 부분도 좀 오글...거렸다. 


아무튼 간에 원작이나 이거나 일단 기술을 사용하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, 부작용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기본 교훈은 생각할 수 있긴 하지만, 저런 미스들 때문에 뮤지컬에선 딱히 정서적으로 공감이 안 되었다는 거. 


그리고 사실 귀에 꽂히는 넘버도 없었던 것 같다. 
기억 나는 건 앙리가 단두대에 오르기 직전에 불렀던 노래나 
앙리와 엘렌을 두고서 살인자라고 말하는 그 합창 정도. 

또 마지막에 빅터랑 괴물이 둘이 마주했을 때, 하이라이트 될 만한 리프라이즈를 넣어줬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. 
밍숭맹숭하게 끝나서 아쉬웠다. 


아무튼 간에 개취로 별로였다는 이야기. 
하지만 배우들은 좋았다. 빅터 역 박건형도 안정적이었고 앙리 역의 최우혁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. 

그리고 엘렌이 제일 불쌍해... 
동생 때문에 고아 되고 숙부도 잃고 자기는 살인마로 몰려서 처형 당하고... 
빅터 나쁜놈아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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